4년이 지났다. 다양한 이름 적힌 긴 종이에 인자를 찍는 총선이 돌아온다.

하루에 열두 번씩 오는 선거 유세 전화와 문자, 서로 공격하는 자극적인 헤드라인.

매번 반복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얼른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그래도 국민에게서 나온 힘을 국민에게 쓰는 사람이 있길 바라는 마음과 우리의 목소리를 듣길 바라는 아주 실낱같은 희망으로 후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을 골라보았다.

인권, 기후위기라는 의제 그리고 안보

달팽은 ‘코다’(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의 정체성으로 바라본 다양한 인권 이슈를 길지 않은 글로 엮은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이길보라, 창비)을 골랐다. 다양한 책과 영화를 가져와 그 주제에 대한 맛보기가 가능하고 심화학습에 참고할 수 있는 도서 목록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삶과 세상을 인식하는 것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고민할 수 있는 책이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호프 자런, 김영사)는 지구의 여러 소요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어떤 악순환을 만들어 기후위기를 가속하는지 큰 그림으로 볼 수 있다. 그저 사실 전달로 끝내는 책이 아니라 그다음 단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안보라는 키워드로 이슬람 근현대사 전체 흐름을 정리한 『아랍』(유진 로건, 까치)과 지정학적 위치가 정치, 경제, 외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는 『지리의 힘』(팀 마샬, 사이)을 골랐다. 강대국들 사이에서 대리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역사가 이어져 오고 있는 한반도, 이곳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몰랐던 이야기와 알고 있던 이야기

달은은 달팽이책방에 큐레이션 되어있던 책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백정연, 유유)를 읽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작가는 장애인 인권 활동가였기 때문에 장애인의 입장이나 불편함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하반신 척수장애를 가진 배우자와 살기 시작하면서 맞닥뜨린 생활 밀착 문제들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장애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휠체어를 타고 있는 현재의 모습 그대로 어디든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것을 바란다는 이야기와 함께 편견을 깰 수 있는 책이다. 또, 정치인들이 실제로 어려움을 겪거나 힘든 사람들이 어떤 입장인지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아서 생기는 정책의 허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 『엄마, 내향인, 프리랜서』(김민채)도 함께 추천했다. 왜 출산장려정책이 헛돈 쓰는 거라고 생각하는지 두 아들을 키우며 겪는 하루하루의 어려움을 일기처럼 적었다.

 

편향되지 않은 이야기장

유차는 아리엘 버거가 조교생활을 하며 곁에서 25년간 지켜본 교수 엘리 위젤이 매주 수요일마다 세계 각지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대화하고 토론한 내용을 모은 『나의 기억을 보라』(엘리 위젤, 아리엘 버거, 쌤앤파커스)를 소개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엘리 위젤은 어리석은 역사의 반복을 극복할 유일한 방법은 다양한 기억을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도 생각과 기억을 나눌 수 있는 시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느티나무도서관 박영숙 관장이 쓴 『꿈꿀 권리』(마티)를 소개했다. 동네에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도서관을 드나들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그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적어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이 되었고 그런 도서관을 만들어내는 사서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서관은 살아있다』(도서관여행자, 마티)는 ‘도서관은 도시의 거실’이라는 부제에 맞게 모든 사람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서 다양한 도서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국,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야 알 수 있고, 인식해야 변할 수 있다.

 

아픔과 고통을 생산하는 구조 들여다보기

여름은 이곳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치에 무관심해져 갔다. 사회적인 이슈들이 일어날 때마다 정나미가 떨어지던 와중에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동아시아)이 생각났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 속에 있고 몰랐던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치인들은 당사자로 서의 경험이 부족한 만큼 수치로 된 자료도 함께 봐야 한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김인정, 웨일북)은 수면 저 밑으로 가라앉아있는 고통을 끌어올려 구경하는 것이 아닌 기억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골랐다. 우리는 자극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 특히나 참사가 터졌을 때 자극적인 이야기에 구경하듯 몰리는 관심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그 일과 연관된 사람이 아니고서야 모르는 일이 돼버리고 만다.

 

여성과 일

바다거북은 ‘한국 2060여성들의 일 경험과 모험’이라는 문구에 끌려 바로 구매한 『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김현 미, 봄알람)를 먼저 소개했다. 적당한 자아실현, 소속감과 안정감, 경제력을 보장해 주는 직업을 찾아 30~4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겠느냐는 고민하던 찰나에 이 책에 눈길이 갔다. 직장 내 차별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 층위에서 얼마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지, 그 속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희생되고 때로는 희생자를 만드는 데에 참여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정세랑, 위즈덤하우스)는 슬픈 내용이 아닌 책임에도 지구를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져서 울컥했다. 공감을 불러일으켜서 새로운 관점을 생각하게 하는 문학의 힘을 후보들이 느꼈으면 한다.

 

전쟁과 평화 사이 ‘우리’의 정체성

미야는 전쟁과 평화에 대한 책 두 권을 소개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 크리스마스이브, 서부 전선 독일군 참호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노래가 울렸다. 그날 독일군과 영국 군은 크리스마스에 휴전을 하기로 한다. 『크리스마스 휴전, 큰 전쟁을 멈춘 작은 평화』(미하엘 유르크스, 예지)는 그날의 이야기를 한다. 전쟁터에서도 보고 듣고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가 인간이고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전쟁을 일으키는 결정을 한 사람이 끝끝내 왜 우리는 평화를 선택해야 하는지, 대화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길 바란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안에서 한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라고 인식하고 있다. 『애국의 계보학』(실라 미요시 야거, 나무연필)은 도대체 우리는 언제부터 하나라고 생각했으며 우리의 역사 속에서 그 인식들이 어떤 흐름으로 형성됐는지를 다양한 텍스트에서 문장을 뽑아 나열해 관계를 찾아간다. 그 안에 소속되어 있다면 볼 수 없는 한국의 역사를 제3자가 정리해 둔 책이기에 객관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각도로 우리를 본다면 틀에 박힌 생각을 깰 수 있지 않을까?

 

글_ 미야, 그림_ 여름




뉴스풀과 달팽이트리뷴 기사 제휴로 이 글을 게재합니다. 달팽이트리뷴은 포항 효자동에 있는 달팽이책방에서 발행하는 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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